원혜성 교수님께 긴급 맥수술을 받고 퇴원하던 날, 내 머릿속엔 오직 ’36주 0일’이라는 날짜만 박혀 있었다. 수술로 경부를 묶어두긴 했지만, 쌍둥이의 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날 테니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였다. 내가 집에서 버티며 몸소 깨달은 실전 수칙들을 기록해 본다.
🚫 무조건 ‘중력’을 피하는 삶
수술로 묶어둔 실이 힘을 덜 받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.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자세를 유지하려 애썼다.
• 엉덩이 높이기: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엉덩이 아래에 베개를 하나 더 괴어보았다. 아기들이 경부 쪽으로 쏠리는 압력을 줄여주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.
• 화장실 외엔 금지: 수술 직후 한 달은 정말 화장실 갈 때 빼고는 일어나지 않았다. 밥도 침대 각도를 조절해서 반쯤 누워 먹었다. “조금만 움직여도 괜찮겠지”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매 순간 되새겼다.
💧 수축 모니터링은 나의 생명줄
수술 부위가 자극받지 않으려면 배 뭉침(수축)이 없어야 했다.
• 수분 섭취: 탈수는 수축의 적이다. 미지근한 물을 옆에 끼고 수시로 마셨다.
• 배 만지지 않기: 아기들이 예쁘다고 배를 쓰다듬는 것도 자궁을 자극할 수 있다고 해서, 그냥 눈으로만 사랑해 주었다.
• 감염 주의: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바로 수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. 분비물 상태를 매일 체크하며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병원에 연락할 준비를 했다.
🏃 일상생활, 교수님 신호에 맞추기
수술 한 달쯤 뒤부터는 집 안에서의 가벼운 움직임이 허락됐다. 하지만 이때도 기준은 철저히 내 몸의 신호였다.
• 30분 룰: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30분 이상 서 있거나 앉아 있지 않았다.
• 계단 지옥: 계단 오르내리기는 경부에 가장 큰 무리를 준다. 이동할 때는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조심 또 조심했다.
🧠 36주를 향한 멘탈 관리
누워만 있으면 잡생각이 많아지고 우울해지기 쉽다. 하지만 엄마의 스트레스는 아기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에 마음을 다스리는 게 제일 힘들었다.
• 작은 목표 세우기: “36주까지 어떻게 버티지?”라고 생각하면 너무 막막했다. 그래서 “일단 28주 생존 주수까지만 가보자”, “그다음은 30주!” 이렇게 짧게 끊어서 목표를 잡았다.
• 남편의 조력: 31주에 일산차병원으로 전원하고 출산 직전 너무 답답할 때, 남편이 휠체어를 빌려다 줘서 호수공원 산책을 다녀왔다. 그 짧은 환기가 눕눕 생활을 견디게 하는 엄청난 힘이 됐다.
[마치며]
맥수술은 아기들을 붙잡아주는 ‘생명줄’이었지만, 그 줄이 끊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건 결국 나의 인내심이었다. 36주 0일, 실을 풀고 아기들을 건강하게 만난 그날. 침대 위에서 천장만 보며 버텼던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받은 기분이었다. 지금 이 순간도 침대 위에서 버티고 있을 모든 엄마들, 조금만 더 힘내시길.